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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폴리 피플> 5월 특별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무(巫)의 역사는 고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문헌으로 전하는 가장 오래된 종교적 제의로는 〈삼국지〉위지 동이전에 전하는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등과 같은 고대 부족국가의 제천의식이 있었다. 오늘날의 무당의 굿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신앙인 무속신앙은 이후 삼국시대까지 그대로 전승되어 여러 제의가 행해졌는데, 이들 제례의식은 성격상 시조의 제와 농신제로
분류된다. 그러한 바탕위에서 김정숙의 황해도 굿은 예술의 또 다른 장르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만수받이, 연풍돌기와 갖가지 무무 등
그녀의 굿을 보노라면 춤사위에 소리와 악기를 연주하는 솜씨까지 그야말로 신과 영혼을 가르는 현란한 춤사위에 매료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명무를 만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나무랄 데 없이 출중한 무녀로 그녀의 뛰어난 기예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명무로 그녀는 잠시도 짬이 없었다. 전국의 크고 작은 행사는 물론 굿 당의 굿까지 선생에게 인터뷰란 그 자체가 바로 민폐였다.
지난 4월 중순, 인천의 화도진 공원에서는 김정숙 선생의 “황해도 해주본영대동 굿” 발표회가 있었다. 그녀 나이 14세에 입문하여
43년 간 학습한 굿 열두 거리를 풀어내며 회한에 잠겼던 그날의 행사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선생은 이구 만신 김용애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석바위 만신 박선옥 선생과 원곡동 만신 유옥선 선생에게 춤과 소리와 탈 굿, 그리고 재담을 익혔다. 그
찬란한 여정의 발표회는 황해도 해주본영대동 굿을 예술의 또 다른 한 장르로 인정받기에 이르는 위대한 인간승리의 장이기도 했다.
대동 굿은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주기적으로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마련하던 마을 굿으로서 황해도 해주, 옹진 일대에서
행해졌다. 이 지역의 대동 굿은 주로 해안가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어로의 안전과 풍어에 대한 희구가 중심을 이뤘으며 만신들이
참여하는 무당의 굿 형태로 진행되었다. 특히 황해도 대동 굿의 경우 매년 혹은 3년 마다 굿을 했다고 전해진다.
대개는 정월 초사흘에 굿 날을 받아 보름날을 전후로 3~5일간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굿의 준비와 진행 또한 여느 마을
굿과 마찬가지로 마을 사람들이 직접 경비를 마련하고 함께 일을 하며 치러낸다. 굿을 통해 마을의 주체와 주인이 동민 스스로임을
분명히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자부심과 힘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시켜 주는 기능과 역할을 하기도 했다.
황해도 굿의 산 증인... 그 명맥유지를 위해 혼신의 힘 기울여...
해주에서 대동 굿을 하기 위해서는 옹진 본영에 있는 광대산에 올라가 남녀 광대신을 모셔 와야 한다. 이는 해주뿐만이 아니라, 황해도 해주지역 일대의 대동 굿에서는 관습적으로 있어왔던 전통 중의 하나였다.
원래 옹진은 황해도 서남단에 위치하고 있고, 조선시대에는 종 3품계인 수군첨사의 지휘소인 본영이 있었다. 본영의 북면에는 화산이
있는데 이산을 둘러싸고 있는 동네가 바로 화산리로 화산에는 화산성이 있고, 정상에는 삼사 십 명이 앉을 만한 평지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망국단이다. 그리고 건너편으로는 그 유명한 광대산이 있다.
“내 광대 본영은 광대산 줄바위 광대로다. 외줄을 타신 광대씨요. 쌍줄을 타시던 광대씨다. 남광대 여광대 구어비 남성수 따라들어 걸립도청에 좌정하시다 불리는 길에 노십니다.”
광대탈 굿거리의 청배무가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대사다. 청배를 들어보면 광대의 본이 어디며 어떠한 과정으로 연희되는지 짐작 할 수 있다.
황해도 해주본영 대동 굿은 일명 탈굿 놀이라 불려 질 만큼 광대탈굿거리가 따로 연희되는게 특징이다. 탈놀이는 조선의 산대도감에
의하면 녹번리에서 있던 본산대팀에서 시작되었고, 2군 성격의 별산대가 고양. 파주. 양주 등에 분포되어 있다가 현재는 양주의
별산대와 송파의 산대놀이 등이 남아 있을 뿐 대부분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산대놀이는 지역에 따라 분화 발전된 상태로
연희되었는데 황해도의 봉산. 은율. 강녕탈춤과 함경도의 북청사자놀이. 강원도의 강릉 관노가면희. 경상도 안동의 하회별신굿
탈놀이. 경산 단오제의 팔광대 놀이. 그리고 고성. 가산. 통영의 오광대놀이 등으로 살아남아 중요 무형문화재로 전승되고 있다.
특히 전승자 김정숙 선생은 황해도 굿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으며 춤과 서도소리와 뱃노래 등 갯가노래. 재담과 검무 등 예능의
수행능력까지 한국의 5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그 연희의 표현력이 또한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생은 신어머니이자 당시 해주지역의 만신이었던 일명 '이구만신' 김용해(작고)선생과 석바위 만신으로 옹진만신 박선옥(작고)선생과
굿을 주로 했다. 황해도 굿은 기실 여러 갈래가 있어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녀는 황해도 굿 가운데서도 두
신선생의 굿을 내내 보존하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한편 선생은 인천 무형문화재 제3호 “인천근해 갯가노래 뱃노래”의 보유자이기도 하며, 황해도 운맞이 굿을 발굴해 연구하는 “황해도
운맞이 굿 연구회” 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제 45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는 “황해도 해주본영대동 굿” 으로 참가하여
문화관광부 장관상과 개인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국악과 무악을 넘나들며 소리와 황해도 굿을 무대로 올려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금도 그녀는 전통예술연구보존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데, 황해도 굿의 보존을 위해 능력 있는 젊은 사람들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36살 때부터 두기 시작한 제자가 약 3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굿의 기예가 뛰어나다는 평판을 많이 듣다보니 김정숙은
크고 작은 굿과 공연에 수없이 초청되고 또 참여해 왔다. 그리고 어디에서든 말은 잘 못해도 굿을 한 거리 하라면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여장부다움이 지난 43년을 일관되게 외길을 걷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실상 그녀의 속내는 내심 깊고도 넓다. 30년 동안 여러 어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보아 왔고 또 배워왔다. 아울러 우리 민족 고유의 굿을 전통적으로 계승해 나가려는 의지와 신념이 돋보인다.
일명 처녀만신이라고도 불리는 김정숙의 주장신령은 대신 할머니와 장군님(관운장), 미륵대사, 그리고 평양 모란봉 산신, 장군주력이 강하다 보니 쌍작두와 그네작두, 외작두까지 못타는 게 없고 타고 노는 자태 또한 유려하기 그지없다.
특히 그녀는 옛날식을 고집하는 무녀로 굿이나 살풀이도 옛날식대로 무꾸리도 옛날식대로를 고집한다. 손님이 점을 보러오면 나이부터
물어보고, 그 다음엔 성씨를 묻는다. 이렇게 하는 것이 신어머니에게 배운 옛날식이라 한다. 이러한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신령님은 시대가 변했다고 너까지 애들을 따라가려느냐? 하시면서 그 외의 방식은 허락지 아니하신다는 주장이다.
한편 그녀의 특기는 가리를 잡는 굿과 나쁜 액운을 몰아내고 좋은 운을 불러들이는 운맞이 굿, 그리고 첩을 떼는 굿과 살풀이 굿,
재수 굿, 또 집안의 번영을 축원하는 철물이 굿 , 진오기 굿, 조상해원천도 굿 등 지난 43년을 평생 외길 한국의 대표적인
무녀로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무녀로 평가받고 있는 김정숙 만신 그녀는 누구인가?
선생의 인생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파란만장” 이라고 할 수 있다.
14살 때 처음으로 작두를 탄 그를 두고 가족과 친척들은 눈물을 많이 흘렸다.
하지만 눈물을 많이 흘린 만큼 그의 인생에도 보람이 있었다. 한국민속예술축제에 해주 본영 대동 굿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상과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이외에도 대동 굿 계승자로 국내는 물론 해외공연만도 수십 차례 다녀왔다. 아울러 최근 황해도 해주 본영 대동 굿
발표회를 통해 한국의 전통을 잇는 무형문화재의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흔히 민속학자들은 그녀를 “신 뿌리를 타고난 무당” 으로 표현하다.
학자로서 그만큼 김정숙 만신을 신뢰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선생의 고향은 인천으로 본래 선생의 부모님은 북한의 진남포가
고향이었다. 6. 25전쟁이 부모님은 남쪽으로 피난을 왔고 피난처 인천에서 선생을 낳았다. 인천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인천을
떠나 본적이 없는 순수 인천사람으로 인천에 대한 애착도 매우 남다르다고 한다.
그녀 나이 7살 때였다. 어느 날 우연히 동네에서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밭을 밀었는데, 밭에서 부채와 방울이 나와 선생은 무심코
방울과 부채를 집으로 가져 왔다고 한다. 무속 문화가 팽배하던 시절, 당시 선생의 몸은 알 수 없는 고질병으로 인해 시름시름 앓던
차였고, 이내 굿을 통해 아픈 게 나았지만, 이내 다시 쓰러져 아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병색이 완연했었다고 한다. 급기야 병
굿을 받기 위해 김용애 만신의 조언으로 내림굿을 받기에 이른다. 자고로 굿은 신의 제자가 탈 혼의 과정을 거쳐 신명과 교섭한다고
했다. 그리고 굿의 목적은 병의 퇴치와 초복. 초혼. 안택, 기우. 진령, 제재, 천신. 축귀 등에 있다. 다소 불편하게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무속에 대한 인식은 아직은 편견으로 터부시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적어도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문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선생의 현란한 춤사위는 우리민족의 애환을 고스란히 표현해 내고 있어 그 상징성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황해도 해주본영 대동 굿의 보존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는 선생의 앞날에 무한한 건승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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